남양주에 출장 갔다가 로또를 했습니다.
완전 로또 광팬인 일행 중의 한사람을 따라 양평까지 건너가서 말이죠.
늘 습관처럼, 화요일에 로또리치에서 보내주시는 번호를 마킹한 로또 용지를 가방에 넣어두었던 참이었거든요.

사실 매주 로또를 할 때마다 "이번 주엔 꼭 될거야!" 하는 생각보다는
"이번 주에 되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기대와 바램을 가졌어요.
세 식구들 것 까지 합해 말하자면
로또가 시작된 초창기인 2002년에 3등이 된 적이 있고,
(그 때도 참 드라마틱했죠. 어렵사리 식당을 열었는데 없는 형편에 좀 무리를 하는 바람에 다른 건 빌리고 얻고 도움을 받아서 준비가 됐는데
막상 탁자와 의자를 놓을 돈이 없었어요. 그때도 정말 기도하는 마음으로 다섯 게임 로또를 했는데 짠! 하고 거짓말처럼 3등이 되었죠.
세금을 제하고 받은 돈이 360만원 정도.
월요일 은행 문여는 시간이 되자마자 근처 국민은행에 찾으러 갔는데
거기있던 분들이 어찌나 부러워하는지...기분이 더 좋더라구요.
그 돈을 찾아 황학동 시장에 가서 탁자와 의자를 사고 가게 문을 열어
장사를 시작했었답니다.)
그 후로도 4등은 네 번.. 5등은 셀 수 도 없이 많아서 5등은 그냥 쉽게 되는 것인 줄 알았지요.

그러다가 어라? 점차 5등도 안되는 횟수가 빈번해지고..
로또하는 게 재미가 없어져 한달에 한 번 할까, 말까 하던 차에
로또 리치를 알게됐어요.
사실 그 즈음에 하던 일에 크게 실패하고 신용불량자까지 되어
답답하고 우울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거든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가입을 한 그 첫째 주에 4등이!
이건 분명 길한 징조라고 믿고 그 때부터 쭉 2년째 골드회원입니다.
사실 그동안 4등 한 번에 5등도 많이되고.
낙첨은 그보다 더 많이 되었지만
매주 한주일 동안의 즐거운 희망을 사는 값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고 애쓰는 저에게 제가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1등 당첨이 되는 그날까지 함께 하신다는 로또리치의 약속을 믿고
로또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제 토요일 3등에 당첨됐다는 문자가 왔더라구요.
어찌나 즐겁던지...그냥 웃음이 나오데요.
그런데 로또 용지를 꺼내서 형광펜으로 하나하나 동그라미를 치다보니
슬그머니 감사함보다 살짝 아까움이...아니 완전 아까움이..^^::
처음엔 3등도 이루 말할 수 없이 감사했는데 하나만 더 맞았더라면
하는 욕심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어요.
그러니 2등 된 분들은 또 얼마나 더 안타깝겠어요?
5등도 못된 분들은 아! 4등이라도, 아!3등이라도... 하실텐데 말이지요.
그래서 다행히 바로 정신을 차리고(^^:)
고맙습니다....하고 마음을 담아 감사했지요.
먼저는 로또 리치에게,
아직도 많이 어렵지만 적어도 돈을 조금 아껴 로또를 살 만큼은 된
지금의 제 형편에게,
뭐든 나누는 걸 좋아하는 저에게 "넌 꼭 부자가 돼야해. 그래야 네 곁의
사람들이 떡고물이라도 얻어먹을테니까" 하며 덕담과 축복을 아끼지않는 친구들에게,
아직은 건강하게 생존해 계셔 자식들에게 여전히 큰 그늘을 드리워주시고 효를 다할 기회를 주시는 노부모께......

내일은 은행에 가서 당첨금을 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 내지못해 밀린 월세와 공과금들을 정리하겠지요.
그리고도 혹 남는 돈이 있으면 아마도 오는 길에
로또를 한 장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더 큰 기쁨이 내게 와 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각자의 형편 안에서 도박하듯 무리하게 모험을 하지 않는다면
한 두어 장의 로또를 하는 일은 여전히 국민들에게 한 주의 즐거움과
희망을 주는 더 없는 위안이 되리라 믿습니다.
누군가는 부질없는 희망이라고,
차라리 그 돈으로 맛있는 걸 사먹고 더 건강해지라고도 하지만...
이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 모두가 부디 조만간 로또 당첨,
행운의 주인공이 되시길 축복합니다!


P.S. 어제 농협 중앙회에 가서 로또 당첨금을 받았습니다.
지급 금액은 1,673,819원
실지급액은 1,305,809원
통장에 바로 입금을 부탁했기에 손에 쥐어보지는 못했지만
또 기분이 새롭게 좋네요.
이것저것 밀린 것들을 해결하고 나면 얼마가 남을지 모르겠지만
10만원은 저보다 더 가난한 삶을 견디고 있는 이웃을 위해
기부할 것을, 이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들과 약속해요.
사노라면...참 좋은 날이 올 것입니다.
로또 리치 동지들, 팟팅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