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회원으로 가입한 지 3년이 다 되어가는 동안 현재까지 4등이 저에겐 최고 성적이었습니다.

2등에 당첨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던 5월 25일은 20년전에 돌아가신 시아버님 기일이라 바쁠 것이기에, 그동안 습관적이고 의무적으로 토요일에 구매를 해오던 로또를 놓칠세라 그전에 미리 구매를 했지만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큰 기대감은 없었습니다.

토요일 오전부터 시댁에 가서 제사준비로 분주히 움직여야 했기에 로또 추첨일이란 사실은 잠시 잊고 있었고 가족 친지들이 모두 모여 정신없이 보내고 있었는데 9시쯤 로또직원분의 전화를 받고 어찌나 놀랐는지 지금도 감격스러웠던 그 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져 옵니다.

감사의 인사를 직원분에게 여러번 하고 전화를 끊자 저도 모르게 미소가 나왔고 식구들이 무슨 좋은 일이 있냐면서 물었는데 그냥 그런 일이 있다고 얼버무렸지만 기쁜 내색은 감추질 못했는지 제가 생각해도 전 그 이전의 내가 아닌 모습임을 여실히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하루종일 제사음식 준비로 피곤했는데 어느새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 들었고 제사를 빨리 끝내고 집에가서 로또 용지를 확인해봐야지 하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밤 12시가 다 되어 집에와서 확인하는 순간, '아!, 내가 드디어 해냈구나, 나도 할 수 있구나, 나도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5등 당첨도 쉽게 되질 않는 로또이기에 큰 기대감은 없었지만 그동안 로또를 해오는 동안 확신까진 아니라도 뭔지모를 느낌이란 게 있었습니다. 그동안 언젠가는 당첨이 될 것 같은 좋은 느낌과 감각들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어쩌면 나만 그런 것은 아닐테지만 수많은 자기 암시를 통해서 쌓여왔던 것이 아닐런지...

당첨소식을 접하는 순간, 그래서 나에게 이렇게 좋은 결과가 생긴 건 아닐까, 혹은 나의 간절한 기도를 주님이 들어주셨을까. 혹은 돌아가신 시아버님이 내게 선물을 주신 것일까 등등...

이런저런 상념과 함께 그동안 힘들게 지냈던 우리가족의 모습이 스쳐지나갔습니다. 10년전 우리가족은 교통사고를 당했었고 남편의 사업실패도 겹치는 바람에 그간 넉넉하지 못한 생활을 해야만 했던 우리 가족에게는 더없는 축복이고 행운이라고 생각하며 감사합니다.

가세가 기울고 빚에 시달리고, 남편은 자살소동까지 벌였었고 그야말로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던 삶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도 광명이 찾아오는 것만 같았고...지갑에 단돈 몇 만원이 없어 눈물짓고 더이상 돈을 빌릴 때도 없어 앞으로 어찌 살아야 하나 막막해하던 때도 많았는데...


아주 오래전 tv에서 보았던 베스트 극장에서 나누었던 대사가 떠오릅니다 "하늘에 있는 별들이 지금보다 두 배 더 밝아지면 세상이 어떻게 될 것 같니"라고 누군가 물었는데 저는 그것을 로또의 행운과 연결해서 생각해 보고 싶어지네요.

결국 세상이 두 배 더 밝게 느껴짐을 느끼는 건 그 사람의 마음상태에 달린 것이 아닐까 하는 ..마치 안개 저편 뒤에서 아름다움을 뽐내며 숨어있던 두 배만큼의 행복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죠.


세금 제하고 3400만원 정도 수령했는데 우리 아들 학자금 대출 받은 것도 갚아주고 카드론 대출이나 다른 빚들도 갚아나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