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 저 스스로를 이렇게 원망해 본적이 없습니다. 오늘 37억이 한 순간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토요일 아침 로또리치에서 보내준 번호로 로또용지 마킹을 하고 차에 뒀다가 시간날 때 구매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바쁜 일정 때문에 차에 둔 로또용지를 챙기지 못하고 업무를 보러 가산디지털단지로 갔습니다.

운명의 장난인지는 모르겠는데 업무를 보다 보니 로또 판매 마감시간이 다가왔고 차에 있는 로또용지를 못챙긴걸 아쉬워하면서 새로 적지 뭐 하며 로또판매점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로또리치에서 보내준 문자를 보고 다시 마킹 하는데 다들 로또용지 보시면 아시겠지만 A, B, C, D, E로 나누어져 있어 한 마킹용지에 5게임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C열까지는 잘 마킹을 하고 D열을 적는데 9번에 까맣게 마킹해야 될 것을 잘못해서 10번에 했는데..

에이, 수많은 번호중에 번호 하나 잘못 마킹했다고 어떻게 되겠어? 하고 안일한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부터 틀렸다면 바로 다른 종이로 바꿔서 했을텐데 다 적고 끝에서 하나를 틀리니 다시 적는 게 귀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금 찜찜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냥 잘못 마킹한 번호를 그대로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그 잘못 마킹한 번호가 1등 37억짜리 번호였다니... 결국은 3등 150만원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정말 제가 태어나서 이렇게 미워 본 적은 없는 거 같습니다. 구매를 하고나서도 문득 잘못 마킹한게 생각이 나긴 했었는데 그때라도 다시 되돌아가 새로 구매를 했더라면.. 아니면 그냥 조금 늦더라도 차에 둔 로또용지를 가져와 구매를 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말이죠.

지금 제 바보 같은 실수를 누구에게도 말도 못하고 하소연 할데가 없어 이 밤에 회사 사무실에 혼자 앉아 이렇게 후기라도 남겨봅니다. 로또리치에서 준 번호가 1등에 당첨됐다는 사실을 직원 분이 전화해줘서 알게 되었는데 로또리치라는 말을 듣자마자 뭔가 됐구나 싶어 가슴이 미칠 듯이 두근두근 뛰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당첨됐나? 생각도 잠시 제가 번호를 잘 못 마킹한 9번과 10번이 동시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직원 분이 번호를 하나하나 불러주는데 9번을 불러줄 때 설마가 사실로 변해버렸습니다.

정말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프지만 이번이 인생역전이 아닌 전화위복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좋은일이 생기기 위해 이런 일을 겪는구나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아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로또를 사다보면 마킹 실수하는 경우가 많으실겁니다. 저도 로또를 구매할 때 잘 못 마킹한적이 많았으니까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라면 제발 안일한 생각하시지 마시고 꼭 제대로 마킹 하셨는지 한번 더 확인하시고 잘 구매하시길 빌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문의를 남기면 항상 친절하게 답해주시고 제가 로또를 하는동안 한결같이 동반자처럼 옆에서 지원자 역할을 해주신 로또리치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 차려준 밥상을 못먹는 꼴이 됐지만.. 괜찮다면 로또리치 사옥에 방문해서 인사라도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